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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루틴

서평을 쓰는 기본 구조와 전략적 접근법 (서평 글쓰기)

서평 글쓰기,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요? 책을 다 읽고 나면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맴돕니다. 감동받은 문장, 동의하지 못한 주장, 그리고 나만의 시선. 하지만 막상 글로 옮기려 하면 커서만 깜빡이고 있죠.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책이 좋았어요” 이상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할지, 요약은 얼마나 써야 할지, 감상은 너무 개인적인 건 아닌지… 고민만 하다 글을 지운 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서평 글쓰기는 감정을 적는 독후감과는 다릅니다. 책의 핵심을 파악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독자와 ‘대화’하는 글쓰기였던 겁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서평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 글의 기본 구조
  • 요약과 감상의 균형
  • 핵심 문장 뽑기 요령
  • 비판적 시선 잡는 법
  • 읽히는 글을 만드는 스타일링까지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전략을 차근차근 알려드립니다.

한 권의 책이, 당신의 언어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가 되도록.
이제 함께 써볼까요?

 

목차

 

 

1. 서평 글쓰기의 기본 구조

 

서평을 처음 쓰려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글의 뼈대입니다. ‘느낌을 적으면 되겠지’라고 시작하면 대부분 ①줄거리 요약만 하거나 ②“좋았다”는 말로 끝나버리기 쉽죠.

서평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책을 정리하고 해석하며 독자와 연결되는 글입니다. 그래서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기본 구성 틀이 필요합니다. 저는 다음의 다섯 단계 구조를 추천합니다:


① 책 소개

책 제목, 저자, 출간 배경 등을 짧게 소개하세요. 특히 어떤 독자에게 적합한 책인지 한 줄로 정리하면 인상 깊은 시작이 됩니다.

예: “번아웃을 겪는 직장인에게 이 책은 멘탈 회복의 출구가 되어줄 수 있다.”

② 내용 요약

책의 전체 흐름이나 중심 메시지를 너무 세세하지 않게, 핵심만 요약합니다. 마치 친구에게 “이 책 어떤 내용이야?” 물어봤을 때 1~2분 내에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③ 개인 감상

이제는 당신의 시선이 필요합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 공감한 지점, 의문이 들었던 내용 등을 중심으로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풀어보세요. 단순 감상이 아닌, 당신만의 해석이 들어가야 생명력이 생깁니다.

④ 비평

비평은 책에 대한 ‘태도’입니다. 꼭 부정적일 필요는 없고, “공감하지만 이런 점은 아쉽다”, “흥미로웠지만 논리적 근거는 부족했다” 같은 공감+의문 조합이 가장 읽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줍니다.

⑤ 마무리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읽고 난 후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독서를 이어가고 싶은지 등을 간단히 정리하면 좋습니다. 독자에게 통찰을 던져주는 좋은 마무리가 됩니다.


이 다섯 단계는 초보자에게는 실수 없는 안전장치이자,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사고를 정돈하고 표현력을 키워주는 도구입니다. 이 구조를 익히면 서평이 훨씬 쓰기 쉬워지고, 읽히는 글이 됩니다.

2. 요약과 감상의 균형 잡기

많은 초보 서평자들이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책 요약이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죠.

처음엔 그럴 수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고민하다 보면, 줄거리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다시 쓰는 게 가장 쉬운 선택처럼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글은 요약 정리문이지, 서평이 아닙니다.


요약은 핵심만, 전체의 30~40% 이내로

서평에서 요약은 전체 맥락을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기억할 것:

  • 등장인물이나 세부 내용은 과감히 생략
  • 저자의 핵심 주장, 핵심 키워드 위주로 정리
  •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에 집중

예를 들어 ‘불안’에 대한 책이라면,

“저자는 불안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생존 본능의 결과’로 바라보며, 이를 수용하는 태도가 회복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 정도로 요약하면 충분합니다.


감상은 “나만의 시선”을 보여주는 시간

요약이 독자를 위한 안내라면, 감상은 당신을 보여주는 무대입니다.

  • 어떤 문장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는가?
  • 내가 가진 생각이나 경험과 어떤 지점에서 맞닿았는가?
  • 이 책이 나의 어떤 관점을 바꾸었는가?

‘공감’도 좋고, ‘반감’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저자는 불안을 받아들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불안을 ‘관리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본다. 실제로 나에게는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루틴이 있다.”
이처럼 자신의 경험이나 시선을 곁들이면, 감상은 단순한 느낌을 넘어 ‘대화’가 됩니다.


요약은 최소화, 감상은 진심으로.
서평은 줄거리 전달이 아닌, 책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입니다. 감상 없이 요약만 있는 글은 정보는 줄 수 있어도 감동이나 통찰은 주지 못합니다.
균형 잡힌 서평은 독자의 공감을 부르고, 글쓴이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3. 핵심 문장 뽑아내는 요령

좋은 서평은 책 속의 문장을 어떻게 인용하느냐에 따라 깊이가 달라집니다.
단순히 요약하고 감상을 적는 글보다, 적절한 문장을 뽑아내고 그 위에 나의 해석을 더한 글은 훨씬 설득력 있고 울림이 크죠.


핵심 문장을 뽑을 때 주목할 3가지 기준

  1. 저자의 중심 주장이나 메시지가 담긴 문장
    → 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나 핵심 사상이 드러난 부분
  2. 내 생각과 충돌하거나 강하게 공감한 문장
    → 감정적으로 반응이 있었던 문장은 해석을 끌어내기 좋습니다
  3. 일상과 연결되는 ‘내 이야기’를 불러온 문장
    → 내 경험, 고민, 가치관과 맞닿는 문장은 독자와의 공감에도 유리합니다

예시: 이렇게 인용하고 이렇게 쓰세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서사를 갖고 살아간다.”
→ 이 문장을 인용하며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내 SNS 글쓰기 습관을 돌아보게 됐다. 늘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썼던 글들이, 사실은 나만의 서사를 가리는 방식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문장+해석+경험을 연결하면 글의 밀도가 훨씬 깊어집니다.


핵심 문장을 잘 뽑기 위한 실전 팁

  • 책 읽는 중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남기는 습관을 들이세요
  • 전자책 사용자라면 하이라이트 기능 적극 활용
  • 문장을 저장한 후, ‘왜 좋았는지’ 한 줄 메모를 함께 남기면 나중에 서평 쓸 때 훨씬 쉽습니다

서평은 결국 ‘내가 이 문장을 왜 좋아했는가’를 설명하는 글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독자에게도 생각의 지점을 선물하는 글이 될 수 있습니다.

4. 비판적 독서를 위한 관점 세우기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 독서’라고 하면 “책을 까야 하나요?”, “단점을 억지로 찾아야 하나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서평에서 말하는 비판은 비난이 아니라 사유입니다. 책의 주장에 대해 내 생각과 어떻게 다르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과정이죠.


비판은 “반박”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서평에서 비판은 저자의 주장에 대해 나의 관점을 붙이는 일입니다.
꼭 부정할 필요도, 일부러 깎아내릴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공감했지만 이건 아쉬웠다”, “설득력 있었지만 내 경험과는 달랐다”는 식의 균형 잡힌 관점이 더 깊이 있는 서평을 만듭니다.


좋은 비판 예시

  • “이 책의 주장은 흥미롭지만, 사례가 제한적이라 현실감이 떨어진다.”
  • “저자의 논리는 탄탄했지만, 독자 관점에 대한 고려가 아쉬웠다.”
  • “공감은 갔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식의 언급은 공감+문제제기 구조로, 저자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비판을 위한 질문 프레임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자연스럽게 비판적 시선이 열립니다:

  • 이 주장은 어느 정도 보편적인가, 혹은 특정 맥락에만 적용되는가?
  • 내 경험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다르게 느껴졌는가?
  • 저자의 근거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가?
  • 놓친 부분이나 다뤄졌으면 좋았을 관점은 없었는가?

비판 없는 서평은 소비자 후기에 가깝고,
비난만 가득한 서평은 감정의 표출에 불과합니다.

좋은 서평은 저자와의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또 다른 생각의 문을 열어주는 글입니다.

5. 읽히는 서평을 위한 전략적 스타일

책을 정말 깊이 있게 읽었고, 멋진 통찰도 있었는데…
글이 지루하면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습니다.

요즘 독자들은 바쁩니다.
스크롤 한 번에 떠나버릴 만큼 짧은 집중력의 시대에서, 서평도 ‘전달’보다 ‘유입과 유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읽히는 서평”을 위한 전략적 글쓰기를 항상 추천드립니다.


✔ 1. 서두에는 ‘훅(Hook)’이 있어야 합니다

서평의 첫 문장은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이어야 합니다.

예: “이 책을 읽기 전엔, 나는 항상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예: “혹시 당신도 ‘모두가 아는’ 책인데 끝까지 못 읽은 적 있나요?”

질문, 고백, 강한 인용 등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 2. 짧은 문장, 짧은 단락으로

한 문장은 2줄 이내, 한 단락은 3~4줄을 넘기지 않도록 구성하세요.
가독성이 올라가면, 독자의 체류 시간도 늘어납니다.


✔ 3. 책 내용을 ‘내 언어’로 번역하기

책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내 삶의 언어로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예: “이 책은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나의 아픔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바꿔 쓰면, 서평이 정보 전달을 넘어 감정 공유의 글이 됩니다.


✔ 4. 읽는 사람을 상상하며 쓴다

누가 이 글을 읽을까? 어떤 지점에서 멈출까? 어디에서 끄덕일까?
독자의 리듬에 맞춰 글을 설계하면, 당신의 서평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대화가 됩니다.


읽히는 서평은 “잘 쓴 글”보다 “공감 가는 글”입니다.
짧고 명확하게, 진심 어린 언어로, 독자의 리듬에 맞춰 쓰는 글.
그게 바로 사람들에게 읽히고, 공유되고, 또 읽히는 서평이 됩니다.

결론: 나만의 시선으로 책을 다시 쓰는 작업

서평은 단순히 ‘책이 좋았다’는 감상을 적는 것이 아닙니다.
한 권의 책을 나만의 시선으로 다시 읽고, 다시 쓰는 창조적 행위입니다.

책을 읽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책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언어화하는 것,
그건 능동적인 독자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하고, 내 글이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첫 서평은 어색한 게 정상이니까요.

그저 책을 덮은 후, 30분만 시간을 내어

  • 어떤 문장이 기억에 남았는지
  •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 어떤 기분이었는지
    조금씩 적어보세요. 그게 서평의 시작입니다.

당신의 서평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독서의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당신 자신에게도 생각을 훈련하고 감정을 정돈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책을 읽었다면, 이제 당신의 언어로 그 책을 다시 써보세요.
그 글이 누군가의 삶에, 그리고 당신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길지도 모릅니다.